농로 옆 전답에 지어진 축사, 농촌 위생을 위협한다 (정항암.56회)

주관리자
2025-09-2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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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법과 축산법 사이에서 '농촌 환경'은 누가 지킬건가
농로 옆 전답에 지어진 축사, 그 불편한 일상
농촌 마을을 걷다 보면 논밭 사이로 난 농로를 따라 축사가 자리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돼지, 소, 닭 등 가축을 기르기 위한 시설인 축사는 농업인의 생계를 위한 공간이지만, 그 존재가 마을 주민들에게는 불편과 고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농로를 낀 전답에 지어진 축사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과 위생 문제는 마을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축사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가축을 기르는 공간이자, 분뇨와 폐수가 발생하는 시설이다. 이 시설이 마을과 가까운 곳에 위치할 경우, 그 영향은 단순한 악취를 넘어 주민들의 건강과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러한 축사가 불법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법은 허용하지만, 마을은 침묵 속에 고통받는다
이러한 현실은 농지법과 축산법이라는 두 법률의 틈 사이에서 발생한다. 농지법은 농지의 효율적 이용과 보전, 농업인의 경영 안정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국민 경제의 균형 발전과 국토환경 보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반면 축산법은 가축의 개량과 증식, 축산업의 구조 개선, 축산물의 안정적 공급을 통해 축산 농가의 소득 증대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07년 농지법 개정 이후, 지목 변경 없이도 전답에 축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축산업자에게는 편의를 제공했지만, 마을 주민들에게는 새로운 고통의 시작이었다. 축산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축사에만 분뇨 처리시설 설치를 요구하기 때문에, 소규모 축산업자는 법적 규제 대상이 아니다. 이로 인해 마을 주민들은 악취와 오염에 시달리면서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영세 축산업자의 한계, 마을로 번지는 악취
대규모 축산업자는 넓은 토지에 축사를 짓고 분뇨 처리시설을 설치해 위생관리에 신경을 쓴다. 그러나 몇 마리의 가축만을 기르는 영세 축산업자는 시설을 갖추기 어렵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마을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축사에서 발생한 분뇨는 인근 논밭에 퇴비로 사용되며, 그 냄새는 바람을 타고 마을까지 퍼진다.
기존 축사 옆에 다른 축사를 짓거나, 범위를 넓혀 축사를 증축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분뇨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냄새가 마을까지 번지고, 환경은 더욱 악화된다. 코를 찌르는 악취는 창문을 닫게 만들고, 마을 주민들은 일상 속에서 불쾌감을 감내해야 한다. 특히 노년층이 많은 농촌 마을에서는 이러한 환경이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고령화된 농촌, 건강과 생존의 위기
농촌의 인구 구조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농촌 인구는 도시 인구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며, 그나마도 65세 이상 노령 인구가 젊은 세대보다 많다. “농촌 청년회장이 65세”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농기구를 제공하고 농사일을 도와주지 않으면 농사짓기조차 버거운 현실이다.
위생적으로 불결한 환경은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에게 더 큰 피해를 주며,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면사무소나 군청에 민원을 제기해도 해결되기 어렵다. 농지법에 저촉되더라도 축산법에 저촉되지 않으면 행정적으로 제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주민들은 침묵 속에서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구 소멸의 경고, 귀농은 왜 어려운가
1960년대 우리나라 인구는 도시 37명, 촌락 63명으로 농업국가였다. 유소년층은 14명, 64세 미만은 55명, 65세 이상 노인은 4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0년대에 들어서며 도시 인구는 91명, 촌락 인구는 9명으로 역전되었고, 유소년층은 12명, 청장년층은 72명, 노년층은 16명으로 고령화가 심화되었다. 2026년에는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농촌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대부분의 지역이 인구 소멸 위험에 처해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면, 도시의 젊은이가 귀농하여 농촌으로 유입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젊은 세대가 농촌에 정착하려면, 무엇보다 마을 환경이 위생적으로 깨끗해야 한다. 악취와 오염이 가득한 마을에 누가 살고 싶겠는가.
농촌 환경 개선, 귀농 정책의 출발점
정부는 귀농·귀촌 정책을 통해 도시 청년의 농촌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위생적으로 열악한 환경은 젊은 세대의 정착을 어렵게 만든다. 깨끗한 농촌 환경은 단순한 민원의 문제가 아니라, 농촌의 지속 가능성과 국가의 식량 안보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정부와 해당 지역 지자체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축산업의 발전과 농촌 환경의 보전은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조화를 이루어야 할 과제다. 법과 제도가 현실을 반영하고, 주민의 삶의 질을 고려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농촌이 가능하다.
침묵을 깨고, 농촌을 지키는 목소리를
농로 옆 축사에서 시작된 냄새는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농촌의 생존과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이제는 침묵을 깨고, 농촌 환경을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다. 농업과 축산업의 균형, 환경과 생계의 조화, 그리고 주민의 삶을 존중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출처 : 농축투데이(https://www.nongchu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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