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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의 전통 만들기(64회,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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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욱
2024-02-06 00:36 46 0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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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으로 어렵고 자식이 많은 집의 장남으로 태어나 결혼하기도 어려웠지만 신혼생활도 힘들었다. 맞벌이를 하는 아내에게 많이 미안했다. 직장생활도 늘 바쁘고 할 일이 많아 집안 일을 거의 도와 줄 수가 없었다. 늘 아내에게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에 무언가 한 가지라도 일생 동안 해 주고 싶은 일을 생각하게 되었다.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아내의 생일에 내 손으로 미역국을 끓이고 아내의 생일상을 차려 주면서 장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장모님께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하나 망설여 지기도 했다.


“장모님 오늘 따님 낳느라 고생 많으셨죠. 따님을 낳아 예쁘게 잘 키워 주시고 저와 함께 살 수 있도록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아내의 생일상을 차리고 장모님께 감사인사를 드리는 이벤트는 두 아들이 결혼한 지금도 매년 똑같이 한다. 장모님께서는 처음 몇 년 인사를 하다가 말겠지......하고 생각하셨단다.


40년째 아내 생일 때 미역국을 끓이고 장모님께 전화를 드려 왔는데, 몇 년 전에는 예년처럼 “이서방 고마워. 내 딸과 늘 화목하게 잘 살아줘서 하시면서 평소처럼 말씀하신 후 몇 말씀을 보태셨는데 그 말씀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부모가 궁금한 것 중 하나는 ‘자식들이 결혼해서 잘 사는지’ 라는 것이다. 물어 보면 의례적으로 답변하기 때문에 진짜 사이 좋게 사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서방이 매년 딸내미 생일상을 차리고 장모께 감사 인사하는 전화 목소리를 들으면 큰딸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구나 하고 아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큰딸 생일에는 기분이 좋으시단다. 이 이야기를 몇몇 지인과의 모임에서 들려주었는데, 방송작가인 딸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대로 들려 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 방송출연은 사양했지만 우리 집안의 전통으로 만들어 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들들 생일날 가족단톡방에 며느리와 온 가족이 축하인사를 나누었다. 단톡방 인사를 나눈 후 며느리에게 문자 메세지를 보내 부탁을 하였다. 며느리들 생일 때는 아들들에게 문자 메세지를 보내 똑같이 부탁 하였다.


“우리 아들 생일 축하해 줘서 고마워요. 오늘은 아들과 함께 큰아들을 낳느라 고생하신 시어머니께 감사인사를 드리면 좋겠어요. 매년 큰아들 생일 때 시어머니께 전화 드려 아드님을 낳아 잘 길러 주시고 행복한 부부로 살아 갈 수 있도록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식으로 안부 인사하면 좋겠어요.”


“이런 좋은 습관은 훗날 손주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게 되요.” 이러한 메시지의 취지대로 아들과 며느리들은 서로 배우자의 생일상을


준비하고 장모님이나 시어머니께 전화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기 시작했다.


아내는 두아들 생일날 며느리들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고 사위의 감사인사를 받으시는 장모님의 기분을 이해하는 것 같다.


수필집 배려(이병욱) 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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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욱(전 동아시아지속가능발전연구원 원장, 6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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