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문화유산 탐방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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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부터 시작하여 국립공원 및 문화재청의 문화유산 탐방코스 스탬프투어를 최근에 마무리한 바 있다. 문화유산 탐방코스 방문자여권에는 전국의 문화유산 방문코스를 10개의 길, 일흔다섯 개의 만남이란 제목으로 전국을 10개의 권역으로 나누었는데 첫째, 가야문명의 길 - 가야, 빛나는 철기 문화유산, 둘째 관동 풍류의 길 - 한국 진경문화의 꽃, 셋째, 백제 고도의 길 - 마음을 울리는 한국의 미(美), 넷째, 산사(山寺)의 길 - 한국의 산지 승원, 다섯째, 서원(書院)의 길 - 한국의 교육시설, 여섯째, 선사 지질(先史 地質)의 길 -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의 시간, 일곱째, 설화와 자연의 길 - 아름다운 섬, 전설을 품은 세계유산 제주(濟州), 여덟째, 소릿길 1, 2 - 남도(南道) 선율에 취하다, 아홉째, 왕가(王家)의 길 - 서울과 수도권에서 만나는 대한민국 역사 여행, 열째, 천년 정신의 길 - 대한민국 정신을 걷다로 편성되어 있다.
전국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강원도, 충청남북도, 전라남북도, 경상남북도와 제주도까지 골고루 흩어져 있어서 문화유산 89곳 탐방을 전부 다 완료하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과 여행 경비가 필요하다. 특히 일곱째 설화와 자연의 길 - 아름다운 섬, 전설을 품은 세계유산 제주(濟州)를 탐방하려면 배편 아니면 항공편을 이용해야 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면에서 적지 않은 출혈이 따른다. 게다가 제주 마라도 천연보호구역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산방산(山房山) 산이수동항(港)에서 하루 7회 운행하는 여객선을 타고 입도하여야 한다. 그러나 사전 탑승권을 예매했더라도 풍랑이 일어 파도가 거세지면 출항하지 못하고 운항이 취소되기 일쑤다. 그렇기 때문에 설화와 자연의 길 문화유산 8곳 중에 제주 마라도 천연보호구역 한 곳만을 탐방하더라도 자칫 하루가 소요될 수 있어서 만만찮은 문화유산 탐방 장소임에 틀림없다.
필자의 경우에도 2024년 1월 15일 아침에 제주공항에서 시계방향으로 문화유산 탐방을 시작하는데 갑자기 휴대폰 문자 알림이 떠서 보니까 “[마라도 가는 여객선] 오늘 해상에 주의보로 인해 전편 결항되었습니다. 예매하신 표는 취소해 드리겠습니다. 취소문자는 3일 ~ 4일 후에 문자 들어갑니다. 다음에 이용 부탁드립니다.” 라고.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馬羅島)에 건너가면 딱 두 곳만 있다는 편의점에도 들러 보고 무엇보다도 동중국해와 제주도 남해안을 운항하는 선박의 길잡이 역할하는 마라도 등대 밑에서 등대투어 스탬프도 날인할 수 있는데 말이다. 마라도 등대가 불 밝힌 날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109년 전인 1915년 3월 15일.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 165 위치에 16미터 높이의 마라도 등대에 언제라도 다시 한번 가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또 설화와 자연의 길 제주(濟州) 권역에 문화유산 방문 코스로는 제주 만장굴(萬丈窟)이 있는데 제주에 있는 세졔적 규모의 용암동굴 가운데 하나로서 10 ~ 30만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동굴의 길이가 약 7.4㎞, 주 통로의 폭은 18m, 높이는 23m에 이르는 만장굴은 중간 부분의 천장이 함몰되어 3개의 입구가 형성되어 있다. 현재 일반인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은 제2입구인데 이 또한 2024년 1월 2일부터 안전점검 및 내부 공사로 인해 내년 2025년 8월 31일까지 운영을 중단하였기 때문에 그 어떠한 경우라도 제주 만장굴 앞에 도착했다손치더라도 동굴 내부를 탐방할 수가 없게 되었다. 다만, 다행스럽게도 문화유산 방문자 여권 투어 스탬프 체험이 해당 기간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간 중 방문자 여권에 제주 만장굴을 제외한 모든 도장을 찍은 분들도 완주로 인증해 드린다는 팝업 메뉴가 떠 있기는 하다. 제주 만장굴의 경우는 안전 점검 및 내부 공사로 인해 출입을 제한한 것이기 때문에 굳이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어렵게 제주도 문화유산 탐방에 나선 나그네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한다.
자 이제부터는 이 글에서 하고자 했던 요점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다름이 아니라 문화유산 유형 중 넷째, 산사(山寺)의 길 - 한국의 산지 승원인데 공주의 마곡사, 보은 법주사, 순천의 선암사와 송광사, 안동 봉정사,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합천 해인사와 해남 대흥사 등 9개의 고찰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해진 건 삼국시대 때였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新羅)는 불교를 국교로 삼았고 이때부터 꽃피운 한국 불교는 사회문화 전방에 큰 영향을 끼쳤다. 사찰은 도시에 세워지기도 했지만 산지에 세워지는 경우도 많았다. 이처럼 산속에 있는 사찰을 산사(山寺)라고 하며, 오늘날까지도 유 ․ 무형의 문화적 전통이 지속되어 온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다. 예불과 의례, 강론 등 불교 수행뿐 아니라 창건 스님과 호국영웅을 기리는 신앙 등을 포함한 융합 신앙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재청의 문화유산 탐방코스 넷째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통도사, 부석사, 봉정사,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 등 7개의 사찰이 대표적인데, 오늘날까지 불교 의례를 지속해오고 있는 이 사찰들은 문화유산의 보고이기도 하다. 또한 불보(佛寶) 사찰 양산 통도사와 함께 한국의 3보(寶) 사찰인 법보(法寶) 사찰 합천 해인사, 승보(僧寶) 사찰 순천 송광사 또한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사찰로 그 시대의 역사적 구조물과 전각, 유물, 문서 등이 잘 보존되어 있다.
이러한 산사(山寺)의 길 고찰을 탐방하면서 상당히 불편했던 점은 다소 과한 주차비를, 그것도 선불로 요구하는 것이었다. 2023년 5월 4일부터 국가문화재관람료가 61년 만에 면제되는 조치가 있었다. 즉, 국가지정문화재 보유 전국 65개 사찰에 입장할 때 징수하던 문화재 관람료를 면제한다고 대한불교조계종과 문화재청이 발표했다. 국가지정문화재 소유자 또는 관리자가 관람료를 감면하는 경우 정부나 지자체가 해당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개정 문화재보호법이 2023년 5월 4일 시행되는 것을 계기로 사찰 입장객이 관람료를 면제 받게 된 것이다. 과거 61년 동안 관람료를 징수했거나 혹은 종단 방침에 따라 징수가 원칙이지만 징수를 유예해 온 전국 65개 사찰의 관람료가 작년 5월 조치에 따라 면제된다고 조계종이 밝힌 것인데 다만 인천시 강화군 보문사, 충남 부여군 고란사, 경남 남해군 보리암, 전북 무주군 백련사, 경북 영주시 희방사 등 시․도지정문화재를 보유한 5개 사찰의 경우 관람료 감면 비용에 대한 정부지원금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관람료 징수를 계속하고 있다.
문화재청 문화유산 탐방코스에 포함되어 있는 전국의 9개 사찰을 답사하면서 다소 불편부당하다고 느낀 점은 위와 같은 국가문화재(사찰)관람료가 면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장할 때 주차비 명목으로 적지 않은 비용을, 그것도 현금으로만 징수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경남 합천 해인사 탐방의 경우는 산사(山寺) 입구에서부터 법당까지 오르는 거리가 약 4㎞ 가까이 되고 전남 해남 대흥사 탐방의 경우에도 비슷한 거리 앞 사찰 입구 공터 차단막에서부터 선불로 주차비를 현금으로 징수한다는 점이다. 국가문화재(사찰) 관람료 징수가 면제된다면 굳이 그 사찰 주변 공터에 차량을 주차하더라도 주차비를 별도로 징수하여야만 하는 것인지 합리적 의심이 짙게 든다.
물론 다른 핑계를 대고는 있지만 국가문화재(사찰) 관람료가 5개 사찰 제외하고는 전면 면제되고 있는 마당에 몇몇 사찰만 적지 않은 주차비를 선불로 징수하는 것은 다른 국가문화재(사찰)와의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기에 징수를 중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기에 하나만 더 추가한다면 문화유산 방문코스 방문자여권 스탬프 투어할 때 도장 날인하는 스탬프함의 위치가 정해져 있는데 관광안내소나 문화유산해설사의 집 안에 스탬프함이 있을 경우 관리직원의 근무시간이 매우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즉, 전남 순천 선암사 관광안내소 직원은 오전 10시에 출근했기 때문에 먼 길 탐방에 나서서 오전 9시 20분 경에 선암사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지만 인증 스탬프를 날인할 수 없어서 막막한 가운데 몇 키로미터 선암사 입구를 걸어서 대웅전 옆 종무소에 노크 후 들어가서야 겨우 또 하나의 순천 선암사 스탬프를 날인하고 다시 입구 주차장까지 한참을 걸어 내려온 뒤 다음 목적지인 순천 송광사로 향할 수 있었던 쓰거운 경험을 하였다.
위와 같은 몇 가지 문제점이 해결되어야만 애써서 적잖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찬란한 우리나라의 문화유산 탐방에 나서는 선의의 답사객들의 마음 편한 길나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 소개>
임순택(林順澤), 아호 의촌(懿忖)
1974~2001 : 한국은행 조사제2부 행원 등 금융기관 임원 근무
1985 :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졸업
1994 : 단국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 수료
2008 : 〈지구문학〉 봄호에 신인상 수상으로 詩 등단
1998~ 현재 : 백석문화대, 김포대, 동양공전, 신구대, 서현전/한능전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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