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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63회 매경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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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3 18:20 74 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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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반란] 알을 깨고 날기

  • 입력 : 2017.03.12 17:43:34   수정 :2017.03.13 10: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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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결과가 나와도 안타깝고, 힘들 수밖에 없었다. 다시 되풀이돼서는 안 될 국가적 불행이기 때문이다. 탄핵 결정 이야기다. 결정을 지지한다고 환호작약할 일도, 반대한다고 분노할 일도 아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을 하나로 모아 재도약의 계기로 만드는 것이다. `데미안`을 떠올려본다. 알(卵)은 세계고, 한 세계를 파괴해야 새가 나온다. 아픔이 있었지만 우리는 알을 깼다. 한 세계를 파괴한 것이다. 이제 날아야 할 때다.

날기 위해 벗어야 할 허물부터 들여다보자. 탄핵 결정의 취지는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일까. 어쩌면 정치권 전체에 유효한 내용은 아닐까. 국익보다는 당리당략을 위해 싸우는 행태, 시급한 법안처리의 지연, 발목잡기, 계파갈등과 같은 구태정치의 비생산성에 대한 엄중한 동시 경고는 아닐까.

탄핵 결정은 국정농단이나 권한 남용의 문제를 훌쩍 뛰어넘는다. 지도자에 대한 실망과 분노, 고질적인 부정부패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다수 대중의 마음속에서 내연(內燃)하던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불만이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를 넘어 폭발한 측면도 있다.

거버넌스(governance)에 대한 불만도 크다. 수백만 명이 광장에 나왔다. 사회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누가, 어떤 절차와 방법으로 하는가에 대한 다수 대중의 `반란`이다. 소수 정치엘리트, 고위관료 등 의사결정의 주역들에 대한 불신과 그 과정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의사표시인 것이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비상을 위한 날개를 펴야 한다. 위기 때마다 보여줬던 국민의 저력이 우선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승복으로 나타나야 한다. 통합과 치유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통합은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 결론이 났으니 더 싸우지 말고 봉합하자는 의미에서의 통합이라면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문제는 통합의 목표와 방향이다.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통합이어야 한다. 정치권과 정부부터 솔선하고 국민에게 그런 통합의 메시지를 보낼 때 가능하다.

우선 정치권에서 증오를 확대 재생산하는 적대적인 말부터 자제하자. 건전한 비판은 좋지만, 갈등과 대립을 유발하는 거친 표현을 금지하는 신사협정이라도 맺자.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칫 일부 측면만 부각하거나 침소봉대해 갈등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공론이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

국회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치를 보여줘야 한다. 험난한 대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대선 전이라도 우선 민생법안을 조속히 처리하는 것이다. 서민을 보듬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법안을 빨리 처리한다면 시장과 국민에게 분명한 통합의 메시지를 줄 것이다. 나아가 대선에서 누가 이기더라도 정부조직 개편이나 조각(組閣)에 협조해 정부가 바로 일하는 모양을 갖추게 하면 더 좋을 것이다. 동시에 탄핵 과정에서 분출된 국민의 참여 욕구를 제도권으로 흡수하는 거버넌스의 개편도 필요하다.

대통령 탄핵도, 조기 대선도 초유의 일이다. 갈등의 소지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이번 대선은 더욱 화합과 개혁의 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갈등의 상처를 덧내고 분열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개혁과제 중심으로 수권능력을 검증하는 콘텐츠 경쟁이 되도록 해야 한다. 양극화, 불공정 등으로 대표되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평가받는 것이다.

개혁을 향한 통합이어야 난마처럼 얽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문제가 내연하면서 다시 임계점에 다다르게 된다. 이번에 힘들게 만든 사회변화의 계기가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탄핵 결정은 사회갈등의 끝이자 쉼 없는 개혁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 알을 깨고 나온 새가 날게 해야 한다.

[김동연 아주대 총장·전 국무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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