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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야구선수' 이정호 101회 동문 스포츠 동아에 기사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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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3 13:25 177 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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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야구선수’ 그 후…서울대 이정호의 ‘인생 2막’

기사입력 2017.06.21 오전 09:30 최종수정 2017.06.21 오전 09:3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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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야구선수’로 잘 알려진 서울대 이정호(왼쪽)가 19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유소년 야구선수 부상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이만수 KBO 육성위원의 조언을 듣고 있다. 다음달 군에서 전역하는 이정호는 이제 제 2의 야구인생을 앞두고 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2년은 아마추어 야구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된 때로 기억된다. ‘공부하는 야구선수’의 첫 번째 사례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당시 덕수고 3학년 이정호(23). 외야수 겸 투수로 활약하며 졸업 시즌 3할대 타율을 기록했던 이정호는 학업을 통해 2012년 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이른바 ‘이정호 신드롬’의 시작이었다. 하루 일과 대부분을 훈련에 쏟아야하는 운동선수가 일반학생들을 공부로 제치고 명문대에 진학했다는 이야기는 단연 화제를 모았다. 엘리트선수는 학업을 병행할 수 없다는 세간의 편견을 보기 좋게 깨트린 이정호는 당시 교육계와 체육계가 머리를 맞댄 ‘공부하는 운동선수’ 프로젝트와 궤를 같이 하며 대학 입학 전부터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리고 5년이 흘렀다. 까까머리 고등학교 3학년 은 지금 어떤 인생을 써내려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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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유소년 야구선수 부상방지를 위한 재도개선 공청회’에 참석한 서울대 이정호.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 휴가 중 유소년야구 공청회 찾은 ‘공부벌레’

19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유소년 야구선수 부상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공청회’엔 프로와 아마추어 야구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의견을 나눴다. 이날 강연자로 초청된 ‘코리안 특급’ 박찬호 KBO 국제홍보위원이 자신의 메이저리그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선진국형 부상관리 시스템을 소개하던 순간, 한 청년이 손을 높이 들었다. 이정호였다.

궁금증이 많은 듯 보였다. 이정호는 “세 가지 질문이 있다”며 양해를 구했고, 이에 박찬호는 “첫 질문이 스트라이크라면 세 개 모두 받아주겠다”고 흔쾌히 답했다. 대선배의 긍정적인 반응에 안심한 이정호는 이내 질문 보따리를 풀어갔다. 한미일 야구를 모두 경험한 박찬호에게 세 나라의 트레이닝 시스템이 가진 공통점과 차이점을 물은 뒤 현역시절 웨이트 트레이닝 비중을 얼마나 두었는지 질문하며 의문부호를 하나둘 지워갔다. 박찬호는 후배의 호기심 어린 시선에 신이 난 듯 자신의 노하우와 의견을 세심하게 전달했다.

공청회가 끝난 뒤 그를 만났다. 이정호는 “이제 전역이 한 달 정도 남았다”며 웃어보였다. 대학 3학년이던 2015년 10월 군에 입대해 경기도 남양주에서 병역의 의무를 소화하고 있다. 까까머리 소년은 어느덧 말년 병장이 돼 다음달 5일 전역을 앞두고 있다. 말년휴가 기간에 공청회를 찾은 이유는 하나. 더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정호는 “야구를 주제로 한 세미나와 심포지엄 등이 여럿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았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현장을 직접 찾아 정보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와 행정, 자연과학에 관심을 두던 터에 최근엔 야구에 대한 깊은 궁금증이 새로 피어난 듯했다.

대학생활을 묻자 고심한 흔적이 그대로 전해졌다. 이정호는 “사실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방황을 계속했다. 3학년이 될 때까지 운동과 학업 사이에서 고민을 멈추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또래 학생들과 수업을 들으며 자격지심을 느꼈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학교를 잠시 떠나 군대라는 새로운 곳에서 마음을 다잡았다. 이정호는 “최근 다시 결심을 했다. 운동을 이어가 꼭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선택을 받겠다. 실력을 갖춘 외야수로서 도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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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고 시절 이정호. 동아일보DB

● “후배들에게 귀감 되는 사례 남기고 싶다”

이날 이정호는 여러 야구계 선배들에게 인사를 건네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스승인 이광환 서울대 야구부 감독을 비롯해 평소 인연이 깊은 이만수 KBO 육성위원 등으로부터 덕담을 들었고, 동시에 자신의 근황을 전했다. 최근 걱정거리는 그의 어깨 상태다. 이정호는 “2015년 어깨에 무리를 느끼기 시작했다. 슬랩(Slap, 근육파열의 일종)과 웃자란 뼈가 동시에 검진됐다”고 말했다. 다행히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 군에서의 보강운동을 통해 점차 회복세를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역 후엔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덕수고 후배 김산호(17)를 만날 예정이다.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산호는 5년 전의 이정호처럼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며 꿈을 키워가는 선수다. 전교회장까지 맡을 정도로 다방면에 능력이 뛰어나다. 이정호는 “지금의 (김)산호처럼 나 역시 학교 다닐 때 덕수고 정윤진 감독님께서 ‘성적이 떨어지면 야구부에서 내쫓는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들으면서도 야구가 좋아 공을 놓지 않았다”면서 “누가 뭐래도 (김)산호의 처지를 잘 아는 이는 나 아니겠는가. 대학 입시와 같은 어려운 문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정호는 이제 야구인생 2막을 앞두고 있다.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몸부터 차근차근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이미 틈 날 때마다 서울대 야구부 훈련에 함께하며 감각을 되찾아가고 있다. 자신의 뒤를 따를 후배들을 생각하면 어느 것 하나 서투르게 준비할 수 없다. 그의 발자취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서울대에 왔다고, 프로에 간다고 반드시 행복하지는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더 큰 사람이 돼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싶습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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