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신문] 대법관 후보에 올랐던 62회 조재연(趙載淵) 변호사
임순택
2012-02-08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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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2-06 ] | |||
[법조라운지] 高卒 은행원서 법조인으로 조재연 변호사의 '人生三幕' | |||
야간대학 다니며 司試수석… "작년 대법관 후보에 올라 당황" | |||
조재연(56·사법연수원 12기·사진) 변호사에게 고향을 물었더니, “원적은 강원도 동해로 돼 있는데…”하며 한참 머뭇거렸다. “정확히 말하면 삼척 근처 호산리인데, 태어난지 두 달만에 이사를 해 생물학적으로 출생했다 뿐이지요.” 조 변호사의 부친은 한국전쟁 때 함경남도 원산에서 피난을 왔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 탄광이나 목재벌채장, 버섯재배 농장 등을 돌며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조 변호사는 유년시절 부친을 따라 동해, 삼척, 태백, 제천 등지를 떠돌았다. 제천중학교를 졸업한 그는 망설임 없이 덕수상고를 선택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취직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당시 덕수상고에는 조 변호사처럼 가난한 수재(秀材)들이 많았다. 이종남 전 감사원장, 황적화 부산고법 부장판사 등이 덕수상고 출신이다. 조 변호사와 고교 동기인 이삼걸 행정안전부 차관 역시 은행원으로 야간대학을 다니면서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상고를 졸업하고 한국은행에 입사한 그는 방송통신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야간 법학과에 편입했다. 그는 “어쩔 수 없는 절박한 선택이었어요. 은행에 계속 있을 수 있었지만, 변화를 위해 고시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요”라고 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힘들게 공부한 결과 그는 제22회 사법시험 수석합격이라는 깜짝 놀랄 성적을 거뒀다. 송두환 헌법재판관, 박원순 서울시장, 조배숙 민주통합당 의원 등이 시험 동기들이다. 그는 ‘잘 되면 자기 탓, 못 되면 조상 탓’으로 돌리는 범인(凡人)들과 달랐다. 겸손했다. “수석이야 어떻게 보면 우연인거지요. 내가 공부를 잘해서가 아니라 모두 조상의 음덕이라고 생각해요. 선조들이 공부를 많이 하셔서 나에게 전해졌을 거예요.” 판사가 된 그는 서슬이 퍼렇던 5공 시절인 80년대 중반 서울형사지법과 강릉지원에 근무하며 소신있는 재판을 해 주목을 받았다.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저항의식이 담긴 ‘민중달력’을 제작·배포한 피의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고, 간첩 혐의로 기소된 납북어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때문에 그를 반골 판사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그가 판사를 그만두고 변호사로 개업한 건 순전히 경제적 사정 때문이었다. “판사는 본인이 청렴결백하고 가정도 절제와 희생을 해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했어요. 법관에 대한 경제적인 대우는 다른 직종과 달리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조 변호사는 지난해 11월부터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기업송무팀에서 일하고 있다. 당시 법조계에는 개인사무실을 운영하던 그를 김진한 대륙아주 대표가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올해로 변호사 생활 20년 째를 맞고 있는 그는 승소한 사건보다 패소한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판사가 경험하지 않은 일을 변호사가 설득하는 과정이 재판인데, 과연 내가 최선을 다해 주장과 입증을 제대로 했는지 자문한다”며 “일부패소든 전부패소든 패소한 분들은 일단 나를 믿고 사건을 맡겼을텐데 그 분들이 기대한 결과를 얻어내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조 변호사는 지난해 가을 대법원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가 박시환·김지형 대법관 퇴임을 앞두고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추천한 대법관 후보 5명에 포함됐다. 하지만 그는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기보다 아주 당황스러웠다”고 당시 느낌을 전했다.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고 평소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도 없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대법관은 법률적인 소양에 앞서 법관의 사표가 될 만큼 인품이 훌륭해야 하는데 나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최근 일부 판사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논란을 빚은 일과 관련해서는 “판사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가 굉장히 높다”며 “판사의 말은 발언의 방식과 내용에 절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사는 자신의 말이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늘 생각하고 조심해야 합니다. 판사도 사적·공적 영역을 불문하고 의사표시를 할 수는 있겠지만, 개인 신념이 여과되지 않고 그대로 표출되면 그 판사뿐만 아니라 판사 구성원 전체가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이 있다. 개천에서 태어나도 용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있다. 조 변호사 자신이 그런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로스쿨 제도의 도입으로 앞으로 ‘개천에서 나는 용’은 보기 힘들어졌다. 그에게 사법시험의 폐지와 변호사시험에 관한 의견을 물었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오랜 논의 끝에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 제도로 가기로 했는데 이제와서 로스쿨을 폐지하고 사법시험제도로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사법시험은 변호사 양성보다는 판·검사를 충원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어요.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고 법률수요가 커져 법원·검찰의 인력 충원을 중심으로 운영했던 사법시험보다는 사회가 요구하는 법률실무가를 더 많이 공급할 수 있는 로스쿨식 법조인 양성제도가 유지돼야 한다는 건 시대적 요청입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변호사시험 합격률과 관련해서도 “합격자를 제한하면 새로운 형태의 비효율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어느 정도의 실력이 검증되면 로스쿨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합격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일단 로스쿨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으면 90% 가량은 합격을 시켜 내보내야 합니다. 시험은 있어야 하지만 그 시험을 탈락을 시키거나 법조인 양성을 제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선 안 됩니다. 75%에서 자르자는 식으로 운용해선 곤란합니다. 로스쿨에는 우수한 학생들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학하는 만큼 변호사시험은 현격하게 기본적인 법조 소양실력이 갖춰지지 못한 경우에만 걸러내는 식으로 운영해야지, 숫자를 제한하는 건 로스쿨 제도 도입 취지와는 맞지 않습니다.” 그는 “변호사예비시험제도를 도입하면 또다른 형태의 고시낭인을 만들게 된다”며 “로스쿨 제도가 비용도 많이 드는 문제점도 있지만 기왕에 채택한 이상 법조인 양성은 (로스쿨로)단일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더 나아가 로스쿨제 정착을 위해 법조계가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조인 스스로 로스쿨 수료생들의 사회 진출에 대해 도덕적 의무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할 일을 찾아야 한다”며 “조금 버겁더라도 법조계부터 로스쿨생을 최대한 받아들이는 노력을 한 다음, 정부기관이나 기업체에다 신규 법조인들을 조금 더 받아들이라고 주문해야지, 법조계는 예산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로스쿨생 채용에 소극적이면서 다른 데에는 준법지원인을 쓰라고 하면 설득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등산을 좋아한다. 바쁜 일정을 쪼개 주로 혼자 연간 60 차례 이상 등산을 다닌다. 마라톤도 빼놓을 수 없는 취미다. 매년 풀코스에 한 차례, 하프코스에 3~4 차례 참가한다. 평소에는 한강고수부지 등에서 10㎞를 뛴다. “등산이나 마라톤을 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 있고, 땀흘린 다음의 상쾌함이 좋다”고 했다. 그는 법조인이 갖춰야 할 덕목을 묻자 겸손을 꼽았다. “법조인은 당사자나 사건을 대하고 처리함에 있어 항상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법조인은 어려운 시험을 통과했을 뿐 아니라 실무를 하다 보면 법률전문가로서 사건 당사자나 의뢰인에 비해 훨씬 더 뛰어나고 많이 알고 있다는 자부심이랄까, 교만한 생각을 하기가 쉽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기가 필요한 것만 듣고 필요한 것만 보려고 하게 됩니다. 여기서 실수가 생기는 것이지요. 판·검사나 변호사 모두 그 사건의 직접 경험자가 아닙니다. 그러니 잘 듣고 잘 보고 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겸손한 마음이 없어서는 안됩니다.” 가장 좋아하는 말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라고 했다. <글=정성윤 기자·사진=좌영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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