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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장이된 건축가 강건국(52회) 가일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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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제원
2013-04-09 19:50 211 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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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문화&사람]<22>가평 가일미술관 강건국 관장



[동아일보]

“미술 몰라도 들어오면 편안해요”

《서울에서 차를 타고 1시간 반가량 걸리는 경기 가평군 청평면 삼회리. 이곳에 작은 미술관이 있다. 아름다운 날(嘉日)이라는 뜻의 가일미술관이다. 이름에 걸맞게 미술관 앞으로 북한강이 흐르고 한적한 시골길에는 계절마다 화려한 꽃이 핀다. 아름다운 경관 때문에 청평을 즐겨 찾는 연인 사이에 분위기 있는 데이트 장소로 유명하다. 시골의 작은 미술관처럼 보이지만 400여 점의 국내외 작품을 소장한, 꽤 규모 있는 미술관이다. 관장 강건국(63) 씨가 국내외에서 구입한 작품이다.》

○ 미술관장이 된 건축가

강 씨는 1945년에 태어난 해방둥이다. 이름이 ‘건국(建國)’인 이유다. 평안북도 출신인 강 씨는 부모와 함께 고향을 떠나 서울에 정착했다.

공부를 잘해서 전국의 수재만 모인다는 덕수상고에 입학했다. 부모는 당시 잘나가는 은행원이 되길 바랐지만 그는 홍익대 건축과에 진학했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열정 때문이었다.

그는 “학생 때 미술반 활동에 푹 빠졌어요.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집안 형편을 생각하니 도저히 그럴 수 없었죠. 대신 그림도 그리고 돈도 벌 수 있는 건축을 한 거죠”라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강 씨는 휴일도 없이 일에 빠져 살았다. 자기 회사를 2개나 경영했고 대학 겸임교수로 학생을 가르치기도 했다. 자신의 손으로 미술관을 만들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건축 일을 하는 틈틈이 그림을 구입했다. 화가인 친구에게 자문을 하기도 했지만 자신이 봤을 때 느낌이 좋으면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사들였다.

해외 출장을 가도 미술관은 빼놓지 않고 들렀다. 여행경비를 톡톡 털어 그림을 구입했다. 처음에 화를 내던 부인도 나중에는 함께 그림을 보러 다녔다.

그렇게 모은 작품이 400여 점. 1996년 군 생활을 하며 인연을 맺은 가평에 땅을 구했다. 이듬해부터 공사를 시작해 7년 만에 완공한 뒤 2003년 5월 지금의 미술관을 개관했다. 건축가로 일하며 번 돈 40억 원을 쏟아 부었지만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

그는 “어차피 죽으면 다 남기고 간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다른 누군가가 보면서 좋은 추억을 남긴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 누구나 쉬어 가는 미술관으로

가일미술관은 ‘즐기는 미술관’ ‘쉬어 가는 미술관’을 지향한다. 미술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오더라도 부담 없이 편하게 보고 가는 미술관으로 기억되기 위해서다.

관장인 강 씨가 직접 작품을 설명할 때가 있다. 복잡한 내용 대신 작품을 구입한 배경이나 에피소드를 설명한다.

매년 10차례 이상 열리는 가일미술관의 기획전은 피카소 판화전부터 한국 만화전까지 다양하다. 어린이를 위해 미술 관련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여는 경우가 많다.

수석큐레이터 홍성미 씨는 “서울의 대형 미술관과 차별화하기 위해 가족 중심의 전시회를 많이 기획한다. 문화 소외지역인 가평의 어린이를 위해 미술 체험교실도 연다”고 말했다.

가일미술관에서는 음악회도 열린다. 2003년 개관기념음악회를 시작으로 매달 1차례씩 미술 전시장과 바로 옆 아트홀을 오가며 정기음악회를 마련한다. 지금까지 40여 차례에 걸쳐 대중가요 재즈 클래식 등의 음악회가 열렸다.

강 씨는 “물질적 혜택보다 어린이에게 미술과 음악을 접하게 하는 것이 최고 인성교육”이라며 “가족과 친구끼리 청평을 지나다 잠깐 들를 수 있는, 그런 공간이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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