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회-트럼프 2기 미중 관계와 한중일 관계-유상철(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차이나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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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계는 냉전기 소련 견제를 위한 전략적 접근에서 출발했다. 1972년 닉슨 방중과 1979년 수교는 이념보다 현실을 택한 선택이었다. 1980~90년대에는 경제 교류 확대를 바탕으로 ‘공생’의 국면이 형성되었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통해 미국의 자본과 기술을 받아들이고, 미국은 거대한 소비시장을 확보하며 상호 이익을 추구했다.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은 이러한 낙관론의 정점이었다. 그러나 1999년 코소보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중국 내부에 자신감이 축적되었고, 미국 중심 질서에 대한 도전 의식이 점차 표면화되었다.
오바마 시기에는 협력과 갈등이 병존했다. 기후변화, 북핵 문제 등에서 협력이 모색되는 동시에 남중국해, 동중국해, 천안함 사건 등 안보 사안에서 긴장이 고조되었다. ‘아시아 회귀’ 전략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구조적 대응이었다. 2012년 이후 중국은 ‘중국몽’을 내세워 장기적 국력 신장을 목표로 설정했고, 경제대국을 넘어 군사·과학기술·문화 강국으로의 도약을 구상했다.
트럼프 1기에는 무역·안보·가치 영역에서 갈등이 폭발했다. 고율 관세 부과로 무역전쟁이 시작되었고, 중국은 보복 관세로 대응했다. 미국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며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화했고,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바이든 정부는 디커플링 대신 ‘디리스킹’을 표방하면서도 동맹 네트워크와 가치 연대를 통해 압박을 지속했다.
트럼프 2기에는 갈등과 협상이 교차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상호 고율 관세 인상과 희토류 통제 등 강경 대응이 이어졌으나, 제3국 회담과 정상회담을 거치며 긴장 완화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미국이 일정 부분 강도를 조절하고 중국도 원칙을 유지하되 판을 깨지 않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관계는 파국을 피하는 방향으로 관리되었다. 중국의 수출 다변화와 공급망 전략은 미국의 관세 압박을 일정 부분 흡수하는 기반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제3차 대타협’ 가능성도 거론된다. 경제 영역에서는 기술 통제 완화와 시장 접근 확대, 안보 영역에서는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에서의 충돌 자제, 국제 질서 차원에서는 권력 분점에 가까운 현실주의적 조정이 논의된다. 다만 경쟁의 본질은 유지되며 협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회의론도 공존한다.
중일 관계는 대만 문제와 역사 인식, 전략적 이해관계가 얽히며 긴장과 조정이 반복된다. 중국은 주권·역사·정치·전략의 ‘레드라인’을 명확히 하며 강경 태도를 보이지만, 경제적 파장을 고려해 수위를 관리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한중 관계에서는 한국의 외교적 균형이 중요 변수로 작용한다.
종합하면, 미중 관계는 경쟁을 기본 구조로 하되 충돌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한국은 ‘뿌리는 단단히, 가지는 유연히’라는 원칙 아래 핵심 가치와 동맹을 지키면서도 외교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유상철(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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