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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포럼

제228회- 시선의 기록과 순간의 예술-배호성(70회,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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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리자
10시간 20분전 18 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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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시간을 붙잡는 행위이면서 동시에 삶의 태도를 드러내는 예술이다. 한 장의 이미지는 단순한 풍경 기록을 넘어 촬영자의 경험과 감정, 세계 인식을 반영한다. 오랜 시간 광고업계와 스튜디오 운영을 거친 뒤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해 온 배호성은 이러한 시선의 힘을 실천해 온 인물이다. 상업적 이미지 제작의 경험은 장면을 구조화하는 감각을 길러 주었고, 이후의 작품 활동은 개인적 사유와 자연에 대한 관조를 더해 주었다.

그의 사진 여정은 전국의 산과 들, 바다와 마을을 따라 이어진다. 고창읍성의 성곽, 경산 자인의 능소화, 순천 낙안읍성의 고요한 풍경, 울산 대왕암의 거친 해안선, 덕유산과 마이산의 능선은 각기 다른 계절과 빛의 변화를 품는다. 소래습지 생태공원의 갈대, 소양강의 상고대, 하동 쌍계사의 벚꽃길은 자연이 만들어 내는 찰나의 표정을 보여 준다. 산사의 고요함과 고택의 시간성,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호수의 곡선은 풍경을 넘어 삶의 흔적을 담는다.

사진은 단순히 눈앞의 장면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대로바라보는 훈련을 요구한다. 순간의 빛을 기다리고, 구도를 정리하며, 대상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태도는 관찰의 깊이를 결정한다. 스마트폰 촬영법에 대한 관심 또한 이러한 철학의 연장선에 있다. 장비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시선의 방향과 빛을 읽는 능력이다. 일상의 도구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는 믿음은 사진을 보다 대중적인 예술로 확장한다.

다수의 전시 참여는 개인적 기록을 공적 공간으로 확장하는 과정이었다. ‘힐링’, ‘상상’, ‘보이는대로’, ‘빛과 붓의 열림전등은 자연과 사물에 대한 해석을 공유하는 장이었다. 전시는 완성의 지점이 아니라 또 다른 출발점으로 기능한다. 관람자의 시선과 만나는 순간 사진은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사진 활동은 동문 사회와의 연대 속에서도 이어진다. 동기회와 사진 동아리, 지역 모임 참여는 공동체적 관계를 확장하는 기반이 된다. 개인의 예술적 성취가 공동체 안에서 소통될 때 창작은 더 넓은 맥락을 획득한다. 과거 응원단장으로 활동했던 경험 역시 집단의 에너지를 읽는 감각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결국 그의 작업은 풍경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자연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그 안에서 인간은 반복되는 사계절과 빛의 순환을 마주한다. 사진은 그 순환의 한 순간을 붙잡아 기억으로 남긴다. 전국을 누비며 기록한 장소들은 단순한 지리적 좌표가 아니라 시간과 감정이 축적된 장면들이다. 순간을 향한 집중과 꾸준한 이동의 기록은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이미지는 말을 대신한다. 빛을 읽는 눈과 기다림의 인내가 결합될 때 평범한 풍경은 의미를 얻는다. 사진은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의 표현이며, 그 시선이 곧 삶의 방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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