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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회-지정학적 도전과 한국의 미래-김병연(서울대 국가미래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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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리자
21시간 39분전 14 0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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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국제질서는 패권 경쟁과 지정학이 결합된 구조적 전환기에 놓여 있다. 세계화는 여전히 작동하지만 공급망 재편과 기술 블록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경제와 안보의 경계가 흐려졌다. 미중 경쟁은 단순한 무역 갈등을 넘어 기술, 군사, 가치 체제 전반을 둘러싼 구조적 충돌로 확장되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북러 밀착, 대만 문제는 국제 체계의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킨다.

미국 내부에서는 소득불평등의 심화가 정치적 양극화를 낳았고, 이는 대외정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금융위기 이후 심화된 자산 집중과 중산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보호무역과 자국 우선주의의 토대를 형성했다.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한 좁은 마당, 높은 담전략과 리쇼어링 정책은 경제 안보를 강화하려는 시도로 이해된다. 동시에 관세 중심 접근은 단기적 목표 달성을 시도하지만 비용과 불확실성을 동반한다. 미국의 대중 전략은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접근과 단기적 압박 전략이 교차하는 양상을 보인다.

중국은 고속 성장의 정점 이후 생산성 둔화, 인구 감소, 부채 문제라는 구조적 제약에 직면했다. 시진핑 체제는 반외세 민족주의와 내부 통제를 통해 체제 안정성을 유지하려 하지만, 대만 문제와 사회경제적 리스크는 잠재적 불안 요인으로 남아 있다. 러시아는 전쟁 장기화 속에서 경제적·군사적 소모를 겪고 있으며, 북한은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지정학적·군사적·경제적 편익을 확보하려 한다. 핵 고도화와 체제 안전 보장은 북한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작동한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세계는 과거의 저물가·저금리 시대로 회귀하기 어렵다. 공급망 균열과 지정학 충돌은 구조적 인플레이션 압력을 유지한다. 미국은 디지털·첨단 기술 기반 경제를, 중국은 대량생산 체제를, 러시아는 자원 중심 구조를 각각 기반으로 한다. 세 국가의 상이한 산업 구조는 갈등의 장기화를 예고한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고 지정학적 접점에 위치한 국가로서 취약성과 가능성을 동시에 지닌다. 과거에는 안보를 한미동맹에, 경제를 세계화에 의존하는 이원 전략이 작동했으나, 안보와 경제가 결합된 현재 환경에서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되 한일 협력과 영국·EU·호주 등과의 연결을 통해 소다자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대북 접근에서는 군사적 억지와 외교·경제 수단을 연동하는 순차적 복합 전략이 요구된다. 북러 밀착을 분리하고 비핵화 단계에 맞춘 유연한 대응을 병행해야 한다.

한국의 강점은 첨단 제조업 경쟁력과 초압축적 발전 경험에 있다. 반도체, 배터리, 조선 등 제조 기반 산업은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다. 다중 허브 전략을 통해 생산과 연구개발 거점을 다변화하면 공급망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향후 경제정책은 거시적 안정, 회복력 강화, 혁신 역량 제고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창의적 교육과 기술 융합 능력, 유연하고 공정한 제도는 혁신의 조건이 된다.

결국 지정학적 충돌이 상수가 된 시대에는 외교·안보·경제를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전략적 사고가 국가 생존의 핵심 요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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